[책 읽기] 클루지 (저자. 개리 마커스)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맥락 의존적인 기억의 장점과 단점은 대부분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요점은 재빨리 알아채고 자세한 것들은 형편없이 기억하는 것이 나름대로 쓸 만한 방법인 것이다.
기억은 인간 정신의 원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매우 많은 것이 기억에 의존하고 있지만 기억은 심할 정도로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초점 맞추기 착각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단순히 사람들의 주의를 이런저런 정보로 돌림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을 조작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말해 데이트에 관한 질문을 먼저 받은 경우에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데이트 횟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행복에 관한 질문을 먼저 받은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신념이 변덕스러운 기억에 얼마나 많이 오염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흔히 자기가 이전에 설거지한 일은 잘 기억하면서 상대방이 설거지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쨌든 우리의 기억은 일차적으로 우리 자신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조직된다. 하지만 이런 불균형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는 거의 취해지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전반적으로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믿게 되고, 독선적인 확신 속에 불끈 화를 내기까지 한다.
맥락 의존적인 기억의 영향 때문에 위로 향한 입술은 자동적으로 행복한 생각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손바닥을 위로 향했던 사람들은 상대에게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 반면에 손바닥을 아래로 향했던 사람들은 사대를 회피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험적인 연구 결과들은 이렇게 사소한 차이가 일상적으로 우리의 기억과 나아가 신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렇게 친숙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은 훨씬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실 세계에서도 당연히 나타난다.
친숙한 것에 매달리는 경향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위협적일수록 더욱 강해진다.
곧 우리의 사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저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하고도 판별력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이다.
나는 첫 번째 종류의 사고를 선조체계 또는 반사체계라고 부르고자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이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빠르고 자동적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나는 두 번째 종류의 사고를 숙고 체계라고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체계가 하는 일이란 어떤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살피며 심사숙고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사 체계의 일부는 소뇌, 운동 통제와 관련된 기저핵, 정서와 관련된 편도체와 같은 진화적으로 오래된 뇌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에 숙고체계는 기본적으로 전뇌에, 특히 다른 포유동물에서도 작게나마 발견되는 전전두피질에 근거하는 듯하다.
우리는 주제가 무엇이든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 우리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어떤 이론을 믿고 있다면, 그것을 위협할지도 모를 증거보다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가 우리 눈에 더 잘 띄는 경향이 있다.
확증 편향은 맥락적으로 조직된 기억의 불가피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긍정적으로는 영원히 변치 않는 낙천가를 뜻하고, 부정적으로는 현실의 합리적인 선을 넘어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을 뜻한다. 폴리아나는 가공의 인물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그와 비슷한 구석이, 곧 현실과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세상을 긍정적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장군과 대통령은 도저히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고집하며, 과학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론에 불리한 증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그 이론에 대한 신념을 좀처럼 버리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동기에 의한 추론이라고 불리는 편향으로서 확증 편향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동기에 의한 추론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더 까다롭게 따지는 보완적인 경향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신념의 오염, 확증 편향, 동기에 의한 추론을 다 합치면 결국 우리 인간은 거의 무엇이든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종이라 하겠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믿도록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우리는 일단 어떤 것이 참이라고 결정하면 그것을 믿기 위해 종종 새로운 이유들을 만들어내곤 한다.(합리화의 귀재), 진화의 산물이자 클루지인 우리 인간은 종종 결론에서 출발해 그것을 믿기 위한 이유를 찾는 식으로 거꾸로 나아가는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합리화를 해서 비합리적인 인간이 되는 모순......
정치인들과 광고주들은 인간이 틀 짜기의 영향에 취약하다는 점을 언제나 이용한다. 사망세는 상속세보다 훨씬 불길하게 들리며, 범죄율이 3.7%라고 묘사된 지역은 범죄 없는 비율이 96.3%라고 묘사된 지역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다.
어떤 상품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유쾌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이 적절하든 적절하지 않든 그 상품은 더 잘 팔릴 것이다. 맥락은 우리에게 생각할 재료를 제공함으로써, 신념은 물론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결국 선택을 그르치게 되는 것은 논리와 정서 사이에 긴장이 생길 때다.
물론 증정적인 감정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집을 장만할 때, 결혼 상대를 정할 때,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과 이따금 한바탕 즐길 때 그러하다. 내 아버지가 습관적으로 말하듯이 모든 판매와 모든 선택은 사실 감정적인 것이다.
매우 빨리 내린 결정도 의식적이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훌륭할 수 있다.
쾌락은 우리의 안내자다. 만약 이것이 없었더라면 인간 종은 널리 번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쾌락의 체계 전체는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클루지라는 사실을 결국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정말로 쾌락이 우리 유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도록 우리를 인도한다면, 왜 우리 인간은 이런 필요에 기여하지 않는 활동들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가
우리의 주관적인 행복감은 다른 많은 신념들과 마찬가지로 맥락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유동적이다.
인지부조화와 자기기만적 행복 : 한 마디로 우리는 일단 세상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그러나 진리가 우리 편이 아닐 때면, 우리는 기꺼이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태세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
진화는 우리에게 분별 있는 목표들을 세우기에 충분한 지적 능력을 주었으나, 그것들을 관철하기에 충분한 의지력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때떄로 통제력을 잃게 되는 몇 가지 인지적 클루지들의 얄궂은 장난이 작용하고 있다. 흥분의 순간에 너무 자주 반사체계에 우선권을 넘겨주는 어설픈 자기통제 장치, 언제나 또는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확증 편향,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의 신념을 옹호하게 만드는 확증 편향의 사악한 쌍둥이라 할 동기에 의한 추론,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날 때면 그에 대한 불쾌한 과거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맥락 의존적인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차가운 이성을 압도하는 뜨거운 체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종종 분열과 전쟁으로 나타낸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의 직저적인 고통 외에도 흔히 무기력 증세에 시달린다. 쾌락이라는 내부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행동에 필요한 동기가 생기지 않기 떄문일 가능성이 꽤 크다.
신은 나에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침착함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었다.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는 인간 마음의 인지적 구성에 존재하는 여러 결함들을 논의하였다. 확증 편향, 정신적 오염, 닻 내림, 틀 짜기, 부적절한 자기 통제, 반추의 순환, 초점 맞추기 착각, 동기에 의한 추론, 잘못된 기억, 제한된 정신능력, 애매한 언어체계, 정신장애에 대한 취약성이 그것이었다.
우리의 맥락 기억은 현대 생활의 많은 요구에 부적합하며, 우리의 자기통제 체계들은 거의 ㅈ러망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우리 선조 체계들은 오늘날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형성된 것들이며, 좀 더 현대적인 우리의 숙고 체계들은 이 과거의 영향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우리들의 세계를 현명하게 만드는 13가지 제안
-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X면 Y이다 형태로 바구면 반사행동이 일어나 성공확률이 커진다)
-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떄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우리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면, 우리는 우리 내면의 클루지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의 선택을 믿을 수 있고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선 다양한 가설을 설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질문하고, 표본의 크기를 넓히고, 타인의 의견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무의식이 나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클 정도로 우리 존재는 진화하지 못했고,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이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면, 무언가 결정할 때 이 판단이 최선인지, 기회비용이 크지 않은지, 적절한지 한 번씩 더 생각해야 겠다.
요즘 책을 읽고나선 순간적인 판단이 틀리는 횟수가 조금이라도 줄어든 게 느껴진다.